칼럼] 중소기업도 ESG 대응,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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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무대에서 ESG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유럽연합(EU)은 공급망 실사 의무화(CSDDD),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RS) 등을 통해 ESG 준수를 수출·거래·금융 접근성의 전제 조건으로 만들고 있다. 이 같은 규제 흐름은 과거 ‘대기업만의 문제’로 여겨졌던 ESG 리스크를 협력사의 작은 공장과 사무실까지 밀어넣고 있다. 중국,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ESG 규범이 표준으로 자리 잡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경영진에게 묻는다. 당신의 회사는 이 변화에 준비되어 있는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등 글로벌 스탠다드는 기후 관련 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특히 협력사에서 발생하는 Scope 3(간접배출)의 관리·공개를 강조한다. 대기업이 공급망 전반의 배출량을 묻는 시대에, 중소기업이 배출량 측정과 감축계획을 제시하지 못하면 거래선에서 배제될 위험이 커진다. 기술·인력·비용의 제약이 있는 중소기업일수록 핵심 공정부터 계량 가능한 조치를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다.
CBAM은 제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에 대해 비용(사실상 추가 부담)을 부과하는 제도다. 탄소집약적 공정을 가진 제품은 동일 품질 대비 경쟁력이 떨어진다. 중소기업 제품이라도 공급망에서 ‘탄소 집약’으로 지목되면 수출가격 경쟁력 약화와 시장 접근성 축소로 이어진다. 따라서 설비 효율화, 저탄소 원료 전환, 재생에너지 도입 등 실무적 조치가 곧 시장 방어 수단이다.
노동·인권 문제는 단순한 윤리 이슈가 아니다. 실제로 국내의 태평염전 사례에서 보듯, 강제노동·학대 의혹은 곧바로 무역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 2025년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태평염전 제품에 대해 인도보류명령(Withhold Release Order, WRO)을 발동하며 수입 통제를 시행했고, 이는 한국 기업 제품이 강제노동 연루로 제재를 받은 대표적 사례로 기록되었다. 이 사례는 인권 리스크가 단순한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바로 수출·거래 차단이라는 실질적 피해로 연결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의할 점은 이러한 규제 흐름이 EU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 차원과 주(州) 차원에서도 기후·공시·공급망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예컨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공시 논의와 캘리포니아주의 엄격한 환경·노동 규제 등은 글로벌 수출기업과 그 공급망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 즉, 어느 시장에 수출하든 대응이 요구되는 다원적 규제 환경이 도래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핵심은 리스크 인식 , 측정, 개선, 보고의 순환을 작동시키는 일관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우선 거래하는 주요 거래처·원재료·공정별로 환경·사회 리스크(배출·폐기·노동)를 도출한다. 이 과정에서 모든 것을 한꺼번에 측정하려 하기보다 핵심 공정·핵심 원재료부터 배출량·폐기량을 측정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 효율 개선, 공정 최적화, 안전·노동환경 개선 등 비용 대비 효과가 큰 과제부터 실행해야 한다. 실행 결과는 1·2차 협력사와의 정보 공유, 공동 개선 프로젝트를 통해 비용을 분담하고 실효성을 높인다. 그리고 이와 같은 활동은 거래처·금융기관·정부에 향후 계획과 성과를 정기적으로 보고해 신뢰를 쌓는다.
EU의 규제 물결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미국과 주요 시장의 규제 강화가 더해지면, ‘대응하는 기업’과 ‘응답하지 못한 기업’의 격차는 점점 벌어질 것이다. 중소기업이 살아남고 성장하려면 ESG를 단순한 부담이 아닌 경영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태평염전 사례는 인권 리스크를 방치할 경우 곧바로 무역·수출의 제약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경영진의 의지로부터 출발해 실무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급망과 함께 개선해 나가는 기업만이 불확실성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거래 관계와 시장지위를 확보할 것이다.
지금 당장은 작은 측정과 개선이 전부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작은 발걸음들이 누적될 때 비로소 중소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은 단단해진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 ESG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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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충청경제뉴스(https://www.cc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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